[카오카나] 나는 위험한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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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이즈] inspi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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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이즈] 불안

*네임버스

*이즈미는 졸업, 리츠와 아라시는 3학년입니다.

* 앙스타 전력의 '도시락'이라는 주제를 받아 썼습니다..(...)









불안

내 이름이 너의 다잉메시지가 되었음 좋겠어





***


   그래서 이즈미 쨩의 첫 연애는 어떠니? 좋아? 설레? 나루카미는 웃으며 물었다. 세나는 제 회색 코트를 벗어 가지런히 정리했다. 차도 안 나왔는데 할 질문으로는 너무 급한 게 아니냐고 투덜거리면서도, 세나는 제 연애를 어떻게 정의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루카미는 세나의 그런 무른 부분이 좋았다. 그는 외모만큼이나 고양이 같은 성격이었다. '마음에 드는 건 좋아,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싫어.' 라는 말은 완전한 타인에게는 상처일진 몰라도, 바운더리 안에 들어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말이었다.

   세나는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댔다. 그는 한쪽 손으로 볼을 괴다가, 망설이듯 음, 하고 중얼거렸다. 평소의 그는 말을 할 때 툭툭 내뱉는 편이었기 때문에 나루카미는 음? 하고 작게 물었다. 세나는 미간을 좁혔다. 카페의 오렌지색 조명이 회색 머리카락에 닿아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는 입고 있는 물색 스위터의 소매 끝을 만지작거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나루카미는 푸스스 웃었다.


   "리츠쨩?"

   "잘 아네."

   "의외로 달달하네?"

   "의외로?"


   세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루카미는 손을 뻗어, 세나의 좁혀진 미간을 꾹 눌렀다. 세나는 발버둥치면서도 저항하지는 않았다. 카페에서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가 흐르고 있었다. 세나는 카페의 인테리어를 보는 듯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찻잔이 가득 놓여있는 장식장과, 고풍스러운 표지의 책들이 가득한 책장을 보다가 한숨을 내 쉬었다. 그가 신은 구두 뒷굽과, 바닥이 버드키스를 하는 소리가 경쾌했다.

   그는 제 손에서 반지를 뺐다. 은색 링에 가려진 '네임'이 보였다. 운명이랑 엮이면 달달해 질 수 밖에 없는 거지, 라면서 세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마치 반지처럼, 그의 네 번째 손가락에는 '사쿠마 리츠'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세나는 운명의 상대와 함께 하는 건 카르멘의 세기디야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나루카미는 웃는 얼굴로 그의 설명을 찬찬히 듣고 있었다.


   "근데 말이지."


   세나는 제 네임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샌가 고민을 가득 담고 있었기에, 나루카미는 응? 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머그컵에 담긴 아메리카노 두 잔이 나오자 세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짧게 목례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목을 축였다. 테이블에 놓인 반지가 유달리 무거워 보였다. 뭔가, 벌써 권태기? 나루카미는 일부러 발랄하게 물었다. 운명의 상대 사이에서 그런 일은 있을 리 없기에 던지는 농담이었다.

   세상 사람들 중 50%는 '네임'을 타고 난다. 사랑하게 될 상대의 이름은 사춘기 때 발현하는 것으로, 없어도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노네임이 네임을 사랑하게 되는 상황은 문제였지만, 그런 일은 의외로 소수였다. 나루카미는 노네임이었기에 세나와 사쿠마가 신기하기만 했다. 그는 설탕을 한 스푼 넣고 커피를 저었다.

   세나 이즈미는 계속 고민했다. 그는 뭔가 말을 떼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입술을 연신 꾹꾹 깨물었 다. 피가 몰려 그의 입술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예쁜 모습이었다. 사랑에 빠진 남자아이는 귀엽네~ 라고 말하자, 세나는 뭐가, 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나루카미는 요즘 리츠가, 학교에서 꽤나 열심히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역시 너랑 동거하고 있기 때문일까나? 하고 운을 떼자, 세나는 깊게 한숨쉬며 화답했다.


   "날 도시락취급 하고 있어."

   "어?"

   "날 도시락 취급 하고 있다고. 도시락. 도시락."


   그는 휴대용 도시락이 된 기분이라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나 그쪽 사생활 까진 듣고 싶지 않았는데? 라고 나루카미가 말하자, 세나는 '우리 사이에' 조금 들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말을 꺼냈다. 평소에는 쓰질 않을 단어에 나루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스웨터로 손등을 가렸다. 마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마침표처럼, 세나 이즈미는 말 사이에 간간히 한숨을 쉬었다.


   "목이랑... 어깨랑 연결 된 쪽 있잖아."


   그러니까 이 부근, 세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제 어깨 뒤쪽을 가리켰다. 나루카미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하자, 세나는 거길 시도때도 없이 물어서 피를 마신다면서 투덜거렸다. 그는 얼마 전에 나간 건강검진 예능프로그램에서 피가 부족하며, 빈혈증세를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고, 그 방송을 함께 시청했지만 사쿠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면서 투덜거렸다. 불안해 하는 거 아냐? 하고 나루카미는 무신경하게 물었다.

   남의 연애, 그것도 속사정을 듣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것도 세나 이즈미가 '걸즈 토크'를 신청해 오는 것은 퍽이나 의외의 일이라 나루카미는 푸스스 웃었다. 그 웃음이 재수없다고 말하면서도 세나는 자신이 휴대용 도시락이 된 게 분명하다면서 억울해 했다. 그는 그 부근만 질겅질겅 물어 뜯어, 피부에 멍이 빠질 날이 없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그의 눈썹은 애처롭게 휘어 있었다.


   "말로 따지는 건?"

   "안 들어. 완전 짜증나."

   "이유가 있을까?"

   "거기가 향이 가장 좋아~ 라면서 물어."

   "차라리 키스를 해달라고 하는 건?" 

   "도시락 취급을 받은 다음에, 키스까지 둘 다."

   "완전 재수 없어."

   "물어본 건 나루 군이라구?"

   "하지만 너무 달달한걸."


   아메리카노 안 시켰으면 어쩔 뻔 했니~? 나루카미는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향이 거기가 좋다는 건 좀 섹시한 느낌이고, 키스까지 하는 건 더더 설레서 재수 없지 않니? 세나는 반짝반짝하게 웃는 나루카미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 초치는 말을 하는 건 무리라, 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뱉은 숨에 아메리카노의 표면이 흔들렸다. 동거 한 다음에 말야, 안 물린 적이 없어. 뭔가 피를 저장해 둔 도시락 같은 느낌으로 냠냠 먹는단 말야. 세나는 작은 소리로 투덜거리고, 나루카미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냥 '네임'끼리 만나서 그런 건 아닐까? 뭔가 더 운명적으로 끌려서, 더더 씹고 맛보고 즐기고 싶은 거지. 나루카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호호 웃었다. 그는 세나가 먼저 졸업했기 때문에 불안해하던 사쿠마를 떠올렸다. 같은 나이지만, 1학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 사쿠마 리츠는 사랑 앞에선 명백한 어린아이라, 그는 세나의 모든 걸 손에 쥐고 싶어 했다. 그런 면에서는 이해 못할 행동도 아니었다.

   그 어린애 같은 독점욕을 받아주는 것은 연인의 몫이 아니겠니? 나루카미는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 세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그 부분을 포토샵으로 지워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일이라면서 울쌍을 지었다. 쿠마 군 정말 성가셔어, 세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루카미는 「가까이 있는 연인은 도시락이 아닙니다!」 캠페인을 해야겠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세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약속처럼 걸려 있는 네임이 유달리 로맨틱 해 보이는 날이었다.


   "나도 네임이었으면 좀 로맨틱 했을까?"


   나루카미가 물었다.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라낼 수 없는 운명으로 엮였다는 느낌은 좋아.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사랑에 한 톨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 두근거리기만 했다. 나루카미는 네임끼리 가까이 있어서,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건 정말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다면서 과장 된 목소리로 웃었다. 세나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더니, 케이크 사줄까? 하고 물었다. 나루카미는 레드벨벳 케이크가 좋다고 말했고, 세나는 지갑을 들고 일어섰다.

   운명은 좋겠네, 나루카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푸스스 웃었다. 생각 해 보면 운명이란 대단하다. 세나 이즈미의 손에 사쿠마 리츠의 이름이 나타난 것은 18살의 겨울이었다. 그 때 까지 유우키 마코토를 따라다니던 그가 한 순간에 마음을 돌린 것도 그 이름 때문일 것이다. 명백하게 두 사람의 이름이었다. 누가 일부러 새긴 게 아닌 이상. 운명이란 꽤나 신비로웠다.

   아무리 밴드 같은 것으로 가려도 네임은 제 능력을 한다. 나루카미는 세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점점 끌리는 두 사람을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았다. 하루에 한 스푼 씩 설탕을 먹는 기분이었는데.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도시락 취급 또한 나름 로맨틱하다. 싫다고 말하면서도 거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세나는 무른 구석이 있었다. 자기 바운더리의 사람에게는 친절하며, '사랑'의 대상에게는 일직선으로 집착하는 면모도 있으니까.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완전 이상한 얼굴."


   주문을 마친 세나가 물었다. 나루카미는 사쿠마가 학교에서 매우 불안해 한다는 말을 다시 꺼냈다. 세나는 어떤 식으로? 라고 대답했고, 나루카미는 호호,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세나의 두 볼은 봄철 벚꽃처럼 물들었다. 제법 귀여운 표정이었다. 붉어진 얼굴을 지적하자 세나는 애초에 네임인데 왜 불안해 하는 지 모르겠다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 다운 말이었다.





***


   사쿠마 리츠는 불안했다. 그는 세나 이즈미의 어깨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 누군가와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의 마지막 부근을 듣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불안감은 종소리처럼 끊기지 않고 울렸다. 한 번 가라앉은 기분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오늘따라 차가 막혔다. 그는 불안하고, 또 불안했다. 깨진 커피잔을 보는 느낌이었다.

   세나의 피부는 쉽게 물드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원래대로 돌아가는 속도가 빨랐다. 사쿠마는 오른손으로, 왼손바닥에 새겨진 이름을 쓰다듬었다. 이왕이면 나가기 전에 한 번 물고 싶었는데, 그는 도시락 취급은 사양이라며 거절했다. 나루카미와 세나는 사쿠마 리츠의 기준에서 지나치게 친했다. 친하다고 해서 옷을 벗고 자국을 보여주는 정도는 아닐 테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는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그것이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의 가슴은 피치카토처럼 뛰었다. 사랑한다는 말로 옭아매도, 그 사슬이 언제 녹슬지 모르는 것이다. 끊어지는 일은 사양하고 싶다. 애초에 그들이 이어진 건 네임 덕분이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두 사람의 이름을 가진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랜 기간동안 살아왔음에도 그런 소리는 들어본 적 없기에, 사쿠마 리츠의 불안감은 점점 크레센도처럼 가중됐다.

   그의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근에 나타난 것은 유우키 마코토의 이름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울고 싶었다. 계속 물고, 살을 찢어 흉터를 만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나는 저를 도시락 같은 취급을 한다면서 짜증냈지만 그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칼로 찢어, 네임을 드러내는 수술도 있다지만 그걸 받게 할 구실이 없었다. 명분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말할 수도 없었다. 다시 그 애를 보면서 웃는 세나를 견질 자신도 없었다.

   차라리 도시락처럼 언제나 가지고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세나는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농담이지? 라고 말했다. 그 말은 둘 사이에 마침표를 찍는 것 처럼 냉랭했다. 그는 사쿠마가 왜 불안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네임과 네임은 운명이잖아? 라고 철없이 묻는 목소리를 입술로 덮어 먹어도 마이너스적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을 알기에 더욱 불안했다.

   꽉 막힌 도로에서 그는 한숨했다. 불안한 감정은 단조처럼 울렸다. 그 짧은 시간에 멍이 지워질 리는 없지만, 그래도 물어놔야 했다. 나루카미와 같이 있다는 카페에 들어가면 무슨 표정을 할까, 또 왔어? 라면서 웃어줄까 아니면 안 자? 하고 물어볼까. 피를 달라고 하면 어떤 얼굴을 할까. 사쿠마는 울고 싶었다. 불안에는 밑바닥이 없어서, 그는 계속,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차라리 약속과 운명으로, 온전히 엮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쿠마는 제 난폭한 사랑에 목줄이라도 매어놓고 싶었다. 가둔다면 이 불안이 종식할 수 있을까. 그는 세나 이즈미를 감금하는 상상을 하다가, 푸스스 웃었다. 사랑이란 이다지도 달았다. 차라리 둘이서 잠들 수 있다면 편안할까. 그렇다면 세나 이즈미의 다잉메시지는 자신의 이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리츠는 한숨을 내 쉬었다. 막힌 도로는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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