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이즈] Shape Of You


Girl you know I want your love

저기요, 나 그쪽 사랑을 원해요.

Your love was handmade for somebody like me

그쪽 사랑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거예요.

Come on now follow my lead

이리와요, 내가 리드할게요.

I may be crazy don’t mind me

난 미쳤을지도 몰라요, 신경쓰지 마요.

 

 

Shape Of You 

 

 

효율 없는 사랑을 한다. 세나 이즈미는.

유우키 마코토가 기억하고 있는 세나 이즈미는 언제나 그런 사랑을 했다. 일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영특하기 그지없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불규칙한 궤도를 가지고 있는 행성처럼 굴었다. 누군가에게는 과하게 다가가고, 누군가에게는 과하게 멀어지곤 한다. 나쁜 버릇이었다. 그 감정이 누군가를 위해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굴었다.

유우키는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두시, 그리고 삼십일분이 지나고 있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가르듯 심어져 있는 가로등에서는 주황색 불빛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와이퍼가 창에 닿는 빗물을 지웠다. 아무것도 닿지 않은 창문을 비가 다시끔 노크했다. 그는 조수석에 던져놓은 핸드폰이 울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유우키는 한숨을 내쉬고 흘러내린 안경을 추켜올렸다. 눈을 두어 번 깜빡이고 유우키는 차선을 변경했다. 빨간 불을 무시하고 달렸다. 아무도 없는 것 마냥 고요한 도로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핸드폰은 여전히 가만히, 머물러있듯 미동하지 않았다.

그 간격이 괜히 불안했다. 깊은 한숨을 담배 숨처럼 내쉬었다. 초조했다. 술에 취한 그를 데리러가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익숙하다는 지점에 짜증이 났다. 이건 다 그가 효율 없는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우키는 깜빡이는 빨간 불을 바라보았다. 속도를 줄이고 건널목을 살폈다. 클러치를 밟았다. 핸드폰은 여전히 울리지 않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아 괜히 아무것도 차지 않은 목을 만지작거렸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 된 이유는 그가 해왕성의 궤도를 침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주제에 공전 궤도가 어긋나있어 가끔은 해왕성의 앞에서 태양을 바라볼 때가 있다는 그 발칙함이 용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가깝다가, 너무 무겁다가. 질량도 가벼운 주제에 건방진 일이었다. 유우키는 핸드폰을 들었다. 나루카미가 알려준 장소에 거의 도착했다. 그는 전화를 할까 하다, 그만 두고 다시 전화를 조수석 시트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불안하게, 하고 있어.”

 

프라이데이니 주간문춘이니, 스캔들에는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는 주제에, ‘아끼는 사람이랑 같이 술을 먹으러 들어간 곳이 호텔이라니 질이 나쁘다. 스폰 기사가 뜨기 딱 좋은 호텔인 주제에 자기 차를 끌고 갔다는 것도 악질이다. 나루카미가 같이 있다면 호텔놀이라고 둘러 댈 수도 있지 그런 빠져나갈 구석도 만들지 않았다. 차라리 왕님이라는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크든 작든 사쿠마가 같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새벽 두 시 사십분의 세나 이즈미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홀로 있는 것은 결백을 증명해주지 않는다. 무언가 상상을 덧붙여 그럴싸한 스캔들로 만들기에는 너무나 적당한 상황이었다. 가쉽을 좋아하는 기자들은 이미 세나가 체크인한 것 까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우키는 검지로 핸들을 툭툭 두드렸다. 가죽에 지문이 묻으며 나는 신경질적인 리듬을 듣다가,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사소한 불안과 약간의 짜증이 그의 심장을 노크했다.

그는 완벽한 스타다. 나루카미가 제게 연락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의 완벽을 사소한 외로움으로 깨버렸을 때의 후폭풍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우키는 그가 외로움을 모르는 인종인 것처럼 구는 데 이골이 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혼자 술을 마시러 어색한 장소에 굴러들어가는 것은 대부분 사람 때문이었다. 효율 없는 사랑을 매번 보는 걸 질리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핸들을 돌렸다.

 

시 외곽의 싸구려 호텔은 세나 이즈미스럽지 않다. 이 지점이 오히려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을 지금의 세나는 판단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그는 너무 많이 주었거나, 너무 덜 준 것들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음으로 뒤를 돌아볼 여력도 없다. 유우키는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유메노사키의 울타리 안에서는 그저 속만 상하고 넘어갔을 일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변주되는 것을 몇 번이나 봐 왔다. 가끔은 담배였고 아주 가끔은 술이었다.

강한 냄새를 싫어하면서도 굳이 그것을 입에 댄다. 심야에 운전하는 걸 싫어하는 제가 차를 몰고 오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유우키는 룸미러를 바라보았다. 손등에 코를 대고 향수 냄새가 남아있는 지를 확인했다. 머리카락을 사락사락, 가볍게 정리하면서 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자꾸만 삐쭉거리는 언어들을 가지런하게 맘속에서 빗어내리고 있었다. 얼굴을 보는 순간 화를 낼 것 같았다. 유우키는 룸미러 속 제 눈을 바라보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스스로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미련해요. 라는 말을 입 속에서 달콤하게 굴려본다. 이즈미 씨, 혼자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나도 왔어요. 라고 말해야지, 생각하며 입술에 달라붙지도 않는 말을 꾹꾹 눌렀다. 볼을 부풀린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술이라도 사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도리질했다. 유우키는 핸드폰을 들었다. 온 연락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 때문에 약해질 때 그는 절대로 유우키를 부르지 않는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척 굴면서 저는 선 밖으로 빼버린다. 가장 많이 부르는 건 왕님이었다. 두 번째로 많이 부르는 건 작은 쪽의 사쿠마였다. 세나는 왕님작은 사쿠마는 둘 다 밤잠이 없어 부르기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가끔은 두 사람 모두를 불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기만 한다는 소리도 건너건너 들었다. 세나는 이런 말을 유우키에게 해주지 않는다.

그만의 불문율이었다. 술에 꼴아 있을 때도 어기지 않는 규칙이었다. 유우키는 룸미러 안의 제 표정을 살폈다. 명백한 짜증이 묻어 있었다. 숨을 고르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머리카락이 삐쳐있는 게 신경 쓰인다고 생각하다가 괜히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을 몇 번 눌렀다. 그는 나루카미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방 번호를 확인하고 차 문을 열었다. 한 여름의 새벽공기는 나름 쌀쌀했다.

세 번째로 많이 부르는 것은 나루카미였다. 오늘도 나루카미에게는 새벽 내내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당장 찾으러 가기에는 곤란하다는 말을 들은 건 한시 경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차키를 들고 다시 나왔다. 구겨 신어 자국이 남은 신발 뒤축을 제대로 빼 신으면서 유우키는 차 문을 잠궜다. 삐빅, 그리고 찰칵. 문을 다시 당겨 잠겼는지를 확인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로비는 어두컴컴했다. 어딜 보나 세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는 카운터에서 기다렸다. 로비에 있는 괘종시계의 추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다가, 사람이 나오면 곤란한 듯 웃었다. 세나 이즈미씨가 찾아서 왔는데요, 근데 연락을 안 받아요. 아마 자나 봐요. 깨우기 싫으니까 전화하기 싫어요. 그냥 들어갈게요. 유우키는 능숙하게 말하면서 곤란한 듯한 얼굴을 만들었다. 열쇠를 꺼내 주자 활짝 웃는다. 친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관계란 편리하다. 그는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승강기 쪽으로 다가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위로 올라가는 동안 입 속이 바싹바싹 말라갔다. 아까 부드럽게 고쳐놓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 나한테 연락 안했어요? 왜 전화 안했어요? 왜 내 전화 무시했어요? 왜 안 알려줬어요? ? ? ? 연쇄되는 질문만이 그를 따라 궤도를 돌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카펫이 깔려 있는 어두운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복도로부터 아홉 번 째 방을 마주했다.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연신 눌러 내리다, 열쇠를 가져다 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 안은 어두컴컴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술 냄새가 났다. 곧장 방 안으로 다가가자 커다란 침대에 누워 있는 세나가 보였다. 그가 밝혀놓은 인공우주 모양의 무드등이 싸구려 주황빛을 내고 있었다.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미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한달음에 달려가 그의 코 밑에 손가락을 대고 그제야 안도했다. 유우키는 방 안 중앙에 있는 무드등을 바라보다 그의 옆에 앉았다.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누워 있는 모습이 애잔했다.

동정하는 건 아니었다. 그 세나 이즈미를 발아래 두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답답했다. 그가 제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그 사실 자체가. 그는 그의 우주에 초대받은 불청객 같은 기분을 느꼈다. 바로 지금 같은 순간들이 모두 그랬다. 약한 모습과 뒷면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연락을 하고, 보고 싶다고 말해주었으면 싶었다. 유우키는 그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손을 댔다. 부드러웠다.

샴푸 냄새가 났다. 끝이 덜 마른 구석이 있었다. 방 한쪽의 테이블에는 와인잔이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기포가 빠진 맥주가 들어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패키지를 뜯지 않는 와인병과 그가 좋아한다고 지나가듯 말했던 큐브 치즈의 겉포장지를 보면서 유우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나 이즈미의 태양계에서 제가 낄 자리는 없어 뵈는 듯 했다. 유우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영 효율이 좋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저를 따라다닌다. 유우 군이 원한다면, 유우 군을 좋아해, 유우 군- 형아를 이렇게나 생각해준 거야? 유우 군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기뻐. 유우 군이, 유우 군이, 유우 군이, 라고 이어지는 목소리를 기억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유우키에게 언제나 상냥한 세나 이즈미였다. 그는 효율적으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과 다정한 형아를 보여주는 것은 그의 사랑이 비효율의 끝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손아귀에 쥐고 있는 건 언제나 완벽하게 써먹어야 한다는 말을 가장 지키지 못하는 건 세나였다.

아이러닉했다. 그래서 우울했다. 파랑 같은 기분이었다. 유우키는 그의 머리카락을 계속 정리했다. 예민한 주제에 깨질 않는 모습이 어색했다. 유우키는 깊게 잠든 그의 귀에서 떨어져 나온 커널형 이어폰을 바라보았다. 핸드폰에 이어진 그것을 손에 들었다. 그는 세나에게 몸을 기대었다. 체중이 실림에도 불구하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유우키는 그것을 손바닥에 담아 가만히 귀에 가져다 대었다. 직접 꽂지 않은 이어폰에서 삐져나오는 리듬이 손에 고였다.

제 귀에 곧장 들어오지 않고 겉도는 듯, 막힌 듯 들려오는 노래를 중얼거렸다. 애드시런의 shape of you였다. , 던지듯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유우키는 천천히 이어폰을 내려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침대의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 하고 내는 작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불이 침대 시트와 맞닿아 바삭바삭거렸고, 유우키는 천천히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펴는 세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낯선 그림자를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망할 오카마가 연락했어?”

 

세나 다운 말이었다. 글쎄요, 라고 말을 흐리며 유우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침대 곁 바닥에 털썩 앉았다. 세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오늘 새벽까지 촬영 있었잖아, 라고 중얼거리는 말에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다가온 말에 다가가지 않으니 대화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삐걱, 삐거덕거리는 사이가 멀었다. 제 중력에 편입되지 않은 그가 제법 제멋대로라고 생각하며, 유우키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방 안 가득한 술 냄새가 어색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면서 유우키는 갈까? 하고 물었다. 갈까, 라는 말에도 그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찌푸린 채로 얼어버린 것 같았다. 그는 제가 그를 찾으러 오는 것을 싫어한다. 계산적이지 못한 사람, 이라고 말할 뻔 한 것을 입 속에 구겨 넣었다. 저는 지금 소년이 아닌데 그는 저에게서 소년을 기대한다. 이 애매한 어긋남은 다분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그 망할 오카마지? 하고 다시 묻는다. 나루카미를 위해 고개를 젓는다. 유우키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으로 간다. 침대에 허락 없이 눕는다. 팔을 그의 허리에 얹어 눌렀다. 몸이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형아랑 같이 잘래, 라고 속없이 굴었다. 침대 시트에 떨어져 있는 그의 이어폰 한쪽을 주워 그에게 돌려주었다. 아직도 애드시런의 shape of you가 들려왔다. 몸이 가까워질수록 술냄새가 났다.

완벽에서 멀어지는 그가 어색했다. 사랑하는 동생은 볼 수 없는 행성의 뒷면. 해왕성과 천왕성 정도만 알 수 있는 명왕성의 일탈. 일그러져있는 궤도를 비집고 들어간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운전해서 왔어? 라고 묻는 목소리에 유우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새벽까지 일 있었잖아, 라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두 번 물었는데 두 번 다 흘리는 질문들에 대해서 세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힘든 일 있었어?”

딱히? 그냥 이러고 싶었는데.”

무드등 좋아해?”

아니. 별로.”

이즈미 씨 지금 굉장히 청승맞아.”

어른은 그럴 때도 있어.”

 

나도 어른인데, 라고 말하면서 유우키는 제 볼을 긁었다.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보다가 세나는 뒤를 돌았다. 얇은 티셔츠 아래로 비치는 그의 얇은 선을 바라보다가 유우키는 손을 뻗으려 했다. 닿을 듯 말 듯, 제 손가락과 그의 등 사이의 간격은 우주만큼 넓었다. 그 간격을 좁힐까 하다가, 유우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형아가 한심해? 라고 묻는 목소리가 곧바로 다가왔다. 아니? 라고 대답하자 세나는 그럼 됐어, 라고 말했다.

노래를 하듯 가볍게 울리는 목소리가 중력을 가지고 제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지점이 매우 어색했다. 서먹했다. 닿을 듯 말 듯한 그 작용을 어떻게 좁혀야할지 알 수 없어 유우키는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오늘 촬영장에서 약간 트러블이 있었는데 그게 좀 마음에 남아서 우울해졌어. 그런데 그 때 이즈미 씨 생각이 나서 그냥 보러 오고 싶었어. 혼자 술 먹고 있다고 해서 그냥, 그냥.

그냥. 그냥이라는 말을 입에 담아 사탕처럼 굴렸다. 동생이 형을 보러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 라는 변명을 더해 그에게 차려 놓았다. 그는 그것을 곱씹는 듯 가만히 음미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뒤를 돌지 않는 모습에 그냥, 이라는 말을 한 마디 더 붙여 놓았다. 닿을 듯 말 듯 한 그 간격을 억지로 좁히면 역횩과만 나는 것을 유우키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계산적이지 못하다. 감정을 어디다 쏟아야 할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감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유우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이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정답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답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멋대로 헤매고 멋대로 상처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방식으로 유우키에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빙글빙글, 제 궤도를 돌고 있을 뿐인데 멋대로 상처를 받고 있는 건 유우키 마코토였으니까. 그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는 이라는 이름으로 물러선다.

 

늦게까지 돌아다니면 못써.”

보고 싶었는데.”

유우 군이 살갑게 굴어주는 건 기쁜데.”

.”

그래도.”

 

그래도, 라는 말을 곱씹으면서 유우키는 그의 가느다란 등을 바라보았다. 눈을 깜빡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봐봐, . 이렇게, 멋대로 멀어지지? 라고 묻고 싶었다. ‘동생이라는 정의에서 저를 빼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유우키는 입 속에서 여러 가지 말을 굴리다가 다음에는 안 그럴게, 라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그제야 세나는 뒤를 돌았다. 가지런히 정리된 예쁜 얼굴이 웃고 있었다. 푸른색 눈동자 안에 담긴 제 표정이 어색해 유우키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지어냈다.

형아는 유우 군을 정말정말 좋아해- 라고 노래하듯 말하는 건 평소의 세나 이즈미다. 그는 다시 의 입장에서 동생을 쓰다듬는다. 알고 있지, 라고 맥락 없이 묻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웃는다. 오늘은 누가 힘들게 했어, 라고 묻지 않는다. 형아는 그런 자잘한 것들을 동생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지독한 감정이었다. 제 품 안에 쏙 들어올 것 같으면서도 들어오지 않는다. 팔베개 해줘, 라고 어리광 부리듯 말하자 그는 선뜻 팔을 내밀었다.

베개를 고쳐 베고 누운 그의 팔에 머리를 댔다. 심장 소리가 들렸다. 이즈미씨, 오늘 나는 조금 힘들었는데 라고 지어낸 거짓말을 한다. 제 동생이 부리는 영악함을 알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유우키는 눈을 감았다. 아마 그는 제가 한 말을 우선으로 믿어줄 것이다. 그게 형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의 사랑은 저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이 제 것과 카테고리가 다르다는 것이 유우키의 유일한 비극이었다. 세나는 손을 뻗어 그의 안경을 벗겼다. 유우키는 그가 아직도 꽂고 있었던 이어폰 한 쪽을 뺐다.

하지만 그가 제 세계로 편입되는 거창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그의 가슴에 귀를 기댔다. 심장이 콩콩 뛰고 있었다. 제 것과 다른 소리일 게 분명했다. 그는 효율적인 사랑을 하지 못한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거나 너무 멀리 멀어진다. 비즈니스에서는 영악하게 굴고 있는 주제에 가까운 사람의 감정은 바라보지 못한다. 너무 무른 구석을 바라보다가 유우키는 눈을 감았다 떴다. 가까이 있는 그의 얼굴이 뿌얘졌다가, 다시 선명하게 보였다.

 

지어낸 거짓말에 그는 성실하게 대답을 한다. 고작 몇 개월 먼저 태어난 주제에 형처럼 위로한다. 정작 제 품에 안겨 있는 동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유우키는 그를 바라보았다. 오물거리는 입술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호텔을 나설 때 키스를 하고 싶었다. 저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주간 문춘이든 프라이데이의 카메라던 상관없었다. 화보를 찍을 때처럼 렌즈를 응시하면서 어그러진 관계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어떤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주제에 제 속편한 말만 하고 있는 그의 우주를 바라보았다. 천장에 닿아 있는 무드등의 불빛은 안경을 벗은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기에, 모양이 아닌 그저 뭉뚱그려진 빛의 무리처럼 보였다. 유우키는 꼭 그 모습이 세나가 오해하는 제 모습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힘들었지, 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는 여전히 저를 위로하고 있었다.

정말로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저 자신의 사랑이 누굴 위해 준비 되어 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작은 사쿠마나 그의 왕보다, 그의 감정을 오롯이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저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데. 유우키는 그의 입술을 올려다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침대의 어드매에 어지럽게 엉켜있을 이어폰에서는 오-아이- -아이- - 아이- - 아이- 하는 목소리가 늘어지듯 들려왔다.

 

세나 이즈미는 효율 없는 사랑을 한다.

그것이 유우키 마코토를 위해 준비되었을 것임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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